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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ie's space

music, photograph by ycharlie


2011. 11. 20.

정말 오래간만의 포스팅.

약 9개월쯤 만의 글쓰기 인듯 하다. 그동안 많은 시간이 흘렀고, 또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렇다고 뭔가 급격한 변화가 생기진 않았다. 학회에 두 번쯤 참석했고, 산학 장학생을 두 군데 지원해서 고배를 마셔봤고, 프레젠테이션 면접과 전공 면접을 경험해 보았다. 연구실 사람들의 특징을 아주 많이 이해하게 됬고, 교수님에 대한 이해도 더 넓어졌다. 때로는 일부러 게으름 피우는 나의 모습도 발견했고, 집중하면 급격하게 성과를 낼 수 있는 나도 발견했으며, 관찰하기 즐기며 추리와 논증에 강한 나의 모습도 찾았고, 순간을 즐길 줄 아는 나도 대면하게 되었으며, 때때로 외로움을 느끼지만 아무와 만나지 못하는 나도 알게 되었다.

쭉 적어 내리다 보니 적기 전보단 많은 것을 경험했고 생각한 시간들이었던 것 같다. 지금 내가 경험하고 있는 일들과 시간은 온전히 나와 그분만이 아는 후에는 추억으로 회자될 수 없는 일들임을 생각하면 조금 쓸쓸하면서도 재미있는 느낌을 갖게 된다. 마치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때 땅에서 맴돌던 낙엽이 힘을 잃고 바람에 휘날릴 때의 느낌이랄까.

돌아오는 월요일은 아빠 생일이고, 돌아오는 수요일은 내 생일이다. 내일 오전중에 델리카 한스에 전화를 해서 피간 파이를 한 개 예약하고, 수요일엔 기초실험 조교가 끝나는대로 들려서 파이를 찾아 집으로 갈 생각이다. 만일 내일 중 시간 혹은 기타의 조건이 허락한다면 아빠 생일 선물로 모자를 하나 구입하는 것은 어떤가 생각중이다. 생일을 말하니 지난 금요일에 연구실에서 내 생일을 명분으로 회식을 했다만, 그냥 뭐 회식 느낌 이었다는 것. 음 왠지 내 생일도 조용히 기억하는 사람 없이 지나가는 상황이 되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씁쓸하겠지만 그것이 바람직한 모습일 것 같다는 거. 아마도 아직 그 시간에 연락할 사람도 만날 사람도 없는 내 위치 때문에 나 스스로 그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아직 주간보고서를 다 쓰지 않았고, 내일은 서울대에 TEM을 찍으로 가고, 화요일엔 실험 조교와 발표가 있고, 수요일엔 실험조교, 그리고 아마도 이번주중으로 샘플을 만들어서 SEM과 CV 실험을 진행해야 할 것 같다. 논문 작성 시작한 부분들도 교수님께서 말하신 것 이상으로 진행해 보는 것이 괜찮을 듯 싶다. 그럼 저녁에도 조금씩 시간을 내서 이번주는 그것에 흥미를 쏟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때때로 사람들을 바라다 보면 다양한 모습들을 관찰할 수 있다. 특히 아침 출근시간에 버스를 타면 이 사람이 어디쯤에서 내릴지, 직장은 어디 쯤일찌, 성격이나 생활 습관은 어떨지 등을 추론해보게 된다. 특히 중요한 건 어디서 내릴지!! 이겠다. 그래야 내가 자리에 빨리 착석할 수 있으니까 ㅋㅋ. 이러한 상황을 확대해서 다양한 것들에서 다양한 것들을 읽어내고 생각하고 정리하고 추론하고 종합하며 감정적인 느낌마저 느끼다 보면 매 순간 순간 자체가 새로운 경험으로 즐길 수 밖에 없음을 알게 된다. 때로는 아픔도 새로움이고 즐거운 순간도 새로움이며 모든 것이 새로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새로움들로 인해 내가 순간순간을 나아가고 있음을 다시금 생각할 수 있기도 하다. 그리고 그 순간을 허락하신 그분께도 감사하고 죄송함을 느끼게 된다.

이젠 날씨가 제법 추워져서 겨울로의 전환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돌아오는 계절 겨울, 그리고 2012년 3월 이전 까진 기타 등등의 어지러움을 더욱 부드럽게 정리하고, 새로운 인연을 만나 또 다른 새롭고 흥미로운 전환이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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